마셀러스. “맞아! 수탉이 우니 그만 사라져 버렸어듣자니, 성탄절이 되면 새벽을 알리려고 수탉이 밤새도록 노래를 해, 그러니 유령들이 얼씬도 하지 못하지……..Hamlet, page 15, line 19~21
 

햄릿을 읽다보니, 문득 혼령으로 나타난 선왕의 존재가 과연 선을 행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악을 끼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러다 마셀러스의 대사를 읽게 되었고 위 구절에서 그려낸 '닭의 울음소리'를 통해 선왕의 상반된 존재의 두 가지 의미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

 

첫째, 선왕의 혼령은 ()을 끼친다? 전체 맥락에서 선왕의 존재를 전적으로 선한 역할이라 규정할 수는 없으나, 선왕의 혼령이 거짓과 싸워 묻혀져 가는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복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햄릿의 아버지를 죽이고 그의 어머니와 결혼한 클라우디우스가 감추고 있는 사건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담아낸 한편의 부조리극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렇기에 선왕의 존재는 인간의 타락한 본성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만나야 할 진실 그 자체이다. 선왕의 등장은 인간의 기저에 자리한 어두운 욕망에 대한 공포감을 주는 동시에 진실을 촉구하는 강렬하고도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쩌면 어둠 속에 잠겨 있는 모든 생명을 깨우는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진실을 알고 있음에도 머뭇거리고 있는 햄릿의 자각을 깨우기 위한 선왕의 목소리가 아니었을 까 생각된다.

 


둘째, ()을 끼친다? 3막에서 햄릿은 선왕(아버지)의 혼령이 어쩌면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되는데, 이는 그가 '복수해달라'는 아버지의 섬뜩한 요구를 통해 복수의 폭력성과 자기 파괴성을 예상했기에 그에게 다가 올 비극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악을 단죄하기 위해 행하게 되는 그의 복수는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내리꽂는 칼날이 될 수 밖에 없으며, 무엇보다 그가 경계시 하는 이성적 판단이 결여된 부정적인 정서상태와 충돌하게 된다. 다시 말해 선왕의 존재는 햄릿을 원한과 분노의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구속하게 만드는 주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닭의 울음소리가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밝히는 희망을 상징하고 있듯, 외롭고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며 복수라는 또다른 인간의 짙고 어두운 욕망 속에서 떠도는 선왕의 혼령은 밝은 빛과 생생한 대지 위에 더 이상 존재 해선 안되는 악은 아닐까?

선왕의 존재에 대한 한가지 결론에 다다랐다. 바로 선과 악으로 나뉘어 해석되는 이원론적 관념이 지닌 모호성이다. 어둠과 빛이라는 명확한 구분을 통해 해석되는 선왕의 이중적인 모습의 모순은 햄릿이 지속적으로 딜레마를 겪을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 나게 되고, 순간 자신의 가치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이었던 선과 악의 관념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햄릿은 끊임없는 혼란 속에 빠지게 것이다. 그리고 결국 나친 선의 추구와 악의 배척은 햄릿의 판단력과 분별력을 흐리게 하였고 비극을 초래하였. , 인간의 본성에 있어 절대적인 ''이나 절대적인 ''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에 대한 성찰과  방향성의 문제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 이것이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역시 이원론의 그늘에 사로잡히는 경험을 해왔고, 끊임없이 고민해오고 있다. 다시 퇴준생이 지금 순간, 나에게 '성공과 실패'라는 대립되는 가치의 차이가 끊임없이 나의 삶의 본질을 추궁하게 만든다. 불안했기에, 나는 스스로 이번엔 성공해야만 하며 실패해서는 안된다고, 실패하면 취업전선의 벼랑 끝에 내몰리는 고배를 마셔야 한다고 수십 되뇌어 왔다. 마치 햄릿이 선과 악을 두고 고뇌 했던 것처럼,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며 오로지 성공에만 가까워 지기 위해 조바심을 내어왔다. 그런데 햄릿의 비극은 비록 성공만을 뒤쫓는 나의 태도가 나의 성장을 촉진시킬지도 모르지만 실패의 순간, 나를 끝없는 절망의 늪에 잠기게 것이란 생각을 문득 들게 하였다. 실패의 두려움에 차마 뒤돌아 보지 못하고 살던 나에게 실패를 돌아보게 하고, 실패를 받아들여야 함을 깨닫게 하였다. 성공과 실패의 두가지 갈림길에 놓여있는 삶이 아닌, 실패를 성공의 다른 이정표로 바라본다면 성공에 가까워 지고 있음에 감사해 하는 태도를 갖게 것이다.

 

처음에 내가 이 구절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햄릿’에서의 선왕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역시나 셰익스피어는 쉽게 지나 칠 수 있는 극의 인물의 대사에서까지도 그의 주된 메시지를 숨겨 놓았다. 물론 이 구절을 읽은 독자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겠지만 셰익스피어가 말하려던 상충이 아닌 '상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든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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