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잡고 360도로 볼 수 있는 제이블랙/제이핑크 춤 배틀 영상. 제이블랙(좌)/제이핑크(우)


파워풀한 힙합댄스를 추는 상남자 ‘제이블랙’ 그리고 여성의 라인을 살린 걸리쉬 댄스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제이핑크’가 있다. 두 개의 이름을 지닌 댄서 조진수는, ‘남자’다. 제이핑크일 때는 여성성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하이힐’을 신고, 제이블랙일 때는 ‘운동화’를 신으며 상반되는 아이템들로 여성성과 남성성의 대조를 부각함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이블랙과 제이핑크, 어느 하나의 예명만으로 부를 수 없는 그의 존재 자체가 사람들의 편견을 허물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이 전혀 거부감이 없이 제이블랙과 제이핑크를 하나의 춤의 장르로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이제 남성성과 여성성을 소유하는 범위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붕괴되고 있음을 뜻한다. 성 차이로 기인한 문제 그리고 성소수자(LGBT)에 대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 또한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여성의 탈 코르셋 운동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상을 착용해야 한다’는 지배적인 가치로부터 벗어나려는 욕망이 표출된 행위이며 동시에 특정 ‘성’을 억압하고 있는 제도에 저항하는 행위로도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인가, 오히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성차별 이슈의 중심에 선 ‘페미니즘’ 단체가 여성성을 강조한 권리를 완강하게 주장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더욱 불편해하고 있다. 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이 과열되며 본질에서 벗어나 ‘페미니즘이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권을 누리려는 단체’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변질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성을 구분하는 행위’에 대해 사람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성별의 구분이 없는, 성 중립적인 ‘젠더리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성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인의 개성(*개취: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함께 맞물리며 각종 산업에서도 젠더리스의 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일본에서는 성 구분을 없앤 ‘젠더리스 교복’까지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젠더리스 장난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며 제조업 현장이 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여아를 가진 부모들은 '인형'을 원하지 않으며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함께 'IT기술을 접목한 교육용 로봇'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장난감 제조업체 하스브로는 공식적으로 '젠더별로 나뉘어 있던 장난감을 없애고 있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점차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젠더리스 교복'

젠더리스가 전 세계 소비자의 인식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젠더리스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이와 관련된 관련 상품이나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뷰티산업, 남자 여자가 어딨니! 

제품과 마케팅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속성을 부각하며 차이를 극명하게 나누어 온 뷰티 업계.

'분홍분홍' 한 에뛰드에 당당하게 들어갈 남성 용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화장품을 사려고 에뛰드에 들어가려고 하면 넘치는 꽃무늬 디자인과 핑크색으로 도배된 인테리어에 압도되어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남성들이 많이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남성들은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는 것이 ’ 어렵고 눈치도 보이고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명동에 가면 화장품 매장 앞에서 어색하게 어슬렁거리며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남자들을 본 기억이 난다. 반대로 어떤 여성들이 'FOR MAN, HOMME'라고 쓰인 화장품을, 특히 대표적인 남성 화장품 우로스(ULOS)를 손바닥에 짜서 박수 한번 탁! 치고 볼에 촥촥 바를 수 있겠는가? (있을 순 있겠지만)

김보성의 스킨, 그 찰짐에 대하여

그러했던 뷰티업계조차도 최근에는 성별 구분을 없앤 화장품과 광고, 디자인 그리고 성별 구분 없이 채용한 직원들까지 모든 부분에서 젠더리스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를 '젠더'로 분류한 것이 아닌 ‘피플’로 바라보고 개취의 다양성을 포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내에 있는 러시 매장을 방문해보면 보이시 한 느낌의 여성 직원뿐 아니라 화장을 한 남성 직원들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직원 채용에서도 젠더리스가 미치는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5월 14일에 론칭한 젠더 뉴트럴 화장품 브랜드 'LAKA'가 있다. '여성 편향적이던 메이크업에 대한 관성을 깬다'는 목표로 국내 최초로 남녀 모두를 위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라카에서 처음 선보인 남녀공용 립스틱 제품의 광고사진만 보더라도 한 가지 제품을 남녀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남성 소비자에게는 립스틱이 생소한 제품일 수 있으나 성 중립적인 콘셉트 연출로 남성 소비자가 부담스럽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 외에도 이솝의 경우 중성적인 향과 중립적인 느낌의 깔끔한 디자인 때문인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선물하기 좋은 제품으로 인기를 얻으며 남녀 구분 없이 다양한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AKA 립스틱 광고 사진

성별을 연상시킬 수 있는 어떠한 디자인이나 색상도 활용하지 않았기에 소비자들은 '성'에 구애받지 않고 기호에 맞는 제품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다양한 소비층이 지니는 화장품에 대한 의미를 보다 포괄적으로 수용하고자 했고 이 점이 ‘메이크업’을 여성이 아닌 '피플'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아이템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개인의 성 정체성과 성의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이 시점에 뷰티산업에 불어온 젠더리스 열풍은 절대 일방적이라 할 수 없다. 이제는 소비자 개개인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괴해 가고 있으며 개인의 정체성과 욕구에 더 집중하고 제품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생산해 나가는 '젠더리스 사회'로 향해 가고 있다.

소비자는 변화하고 있고, 이제 기업이 보아야 할 소비자는  

 WHO YOU ARE 가 아니다. 

 WHO ARE YOU?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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