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콘텐츠 과잉의 시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보이지 않는 콘텐츠들’로 가득할 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콘텐츠의 승패는 소비자들을 얼마나 ‘인내’하게 만들고 ‘몰입’하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소비자는 한가하게 인내심이나 시험하며 ‘질질 끄는 콘텐츠’에 시간을 내려하지 않는다. 때로는 넘쳐나는 콘텐츠에 무뎌져 쉽게 지루함과 피곤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하나의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계속해서 단축되면서, 더 짧고 자극적이며 신경 쓰지 않더라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자연히 증가하게 되었다. 따라서 현재의 콘텐츠 패러다임은 갈수록 더욱 분화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를 바로 짧은 러닝타임에 소비하기 좋은 스낵 컬처(snack culture) 콘텐츠라 부른다. 

문제는 이러한 패러다임으로의 변화가 콘텐츠의 질적 가치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콘텐츠를 발행하는 주체의 본질까지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표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찰나적인 느낌과 감성을 중시하는 휘발성이 짙은 콘텐츠의 특성상, 브랜드가 전달해야 하는 영속적인 메시지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짧은 호흡으로 브랜드의 메시지를 온전히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짧다는 것은 최고의 ‘매력’ 일뿐, 

핵심은 '메시지'와 ‘신선함’이다.

먼저, ‘짧은 러닝타임’과 ‘자극적인 것’ 만이 전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현재 세대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될 뿐이다. 찰나의 소비세대를 움직이는 핵심은 바로 ‘명확한 메시지’와 ‘신선함’에 있다. 즉, ‘단순’하지만 식상하지 않은 소재와 포맷을 통해 ‘핵심 메시지’와 ‘신선함’을 부각하는 것이 소비자의 ‘격한 공감’을 일으키는 힘이 된다. 

핵심 메시지: ‘응축과 밀도 그리고 사건’에 있다.

마치 퍼널(funnel)처럼 처음과 끝이 분명하고, 나누어져 있는 각 단계는 힘 있고 짜임새 있는 구조화된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 단계 안에서 거대한 흐름을 보게 하는 것이 아닌 ‘사건’을 통해 그 흐름을 발견하게 만들어야 한다.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음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72초 특별 편] 나는 옷을 한 벌 샀다. 72초 TV X TNGT

짧은 호흡으로 스토리를 스피디하게 풀어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72초 TV의 TNGT 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귀 기울일 필요 없는 스토리는 빠르고 ‘밀도 있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다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이때 전후 맥락을 최대한 ‘응축’시킨 내러티브의 강렬한 워딩이나 감정들이 발현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TNGT의 핵심 메시지에 도달하게 만드는 ‘박보검으로 다시 돌아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스토리가 빠르게 지나가는 듯 보이지만, ‘버릴 것은 버린 스토리’와 ‘절제되었다가 터지는 표현들’, 그리고 이를 발현시키는 ‘사건’까지 사실상 모든 장치들이 짜임새 있게 연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날카롭게 다듬어진 개별 요소들을 결합해 스토리를 완성시킨다면 짧지만 결코 얕지 않을뿐더러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낸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다. 

신선함: ‘개연성’에 있다.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주제의 짧은 시리즈들, 그러나 전혀 뻔하지 않은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주제의 시리즈들 사이에 효과적인 개연성을 심어 놓아야 한다. 6초나 15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영상에 개연성이 필요할까 생각하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짧은 콘텐츠는 오히려 이러한 ‘개연성’을 담아낼수록 더 ‘신선하고 새로운 감성’을 증폭하고 확장시키는 힘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우연히 클릭하면서 보아왔던 시리즈물의 마지막 편을 보고 나서야 개연적인 장치들을 파악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속았다”라는 인지를 넘어 그 특유의 “재치”에 감탄하게 된다. 

[배달의 민족] 오늘은 치킨이 땡긴다

성공적인 예로, 스타트업 광고의 교과서라 불리는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배달의 민족은 ‘오늘은 oo이 땡긴다’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기반으로 15초대의 시리즈 광고를 연재하고 있다. 현재까지 ‘치킨이 튀겨지는 과정’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다룬 시리즈의 첫 편 만을 공개하였음에도 벌써부터 다음 음식을 궁금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다.


마치 짧은 광고는 퍼즐의 작은 조각과 같다.

퍼즐은 큰 그림을 작은 조각들로 나누고, 다음에 올 것이라 예상되는 조각들을 조합해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게임이다. 퍼즐과 같이 짧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전체적인 그림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윤곽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그 범주 내에서 핵심적인 조각들로 분리하여, 그다음 조각을 소비자가 스스로 연상하게 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 시리즈물로 다양한 형태의 짧은 광고가 무수히 많이 나오고 있지만 짜임새 있는 장치들과 개연성이 누락되어 있어 단발적으로 소모되기 딱 좋은 광고들이 몇몇 있었다. 성공적인 짧은 광고가 되기 위해서는 퍼즐의 조각이 아닌 퍼즐의 그림에서부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확실한 그림을 토대로 조각을 쪼갠 콘텐츠라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충분히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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